토요일 오전 동현이 신발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주간 비가 왔던 터라, 신발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제 신발에도 진흙과 함께 더러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 신발을 모두 모아 세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신발에 묻어 있는 흙이며, 나뭇잎들이 나오고,
다 써서 벌어진 칫솔을 가지고 구석구석 흙을 벗겨내고, 더러운
때를 닦아 냈습니다. 욕조 가득 가족 신발을 넣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나의 발을 보호해 주고, 함께 해준 신발의 때를
벗어 버리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준비를 하는 듯 했습니다.
우리 어바인 드림교회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 왔던 길들을 되 돌아보고,
우리에게 필요 없는 때는 벗어버려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가끔은 길을 멀리 돌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을 원망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일들을
해결해 주시면 어떨까? 기도하고 갈망할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공의로우신 분이신데, 우리의 선한 의지와
의도에 반응하지 않으실 때마다 실망과 좌절도 찾아왔습니다.
언제나 성경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꿈과
비전을 따라 가야 한다고 하지만, 인간은 늘 나약하고, 미약해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기 보다는, 우리가 당장 필요한 것들에만
집중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자리에 앉아, 우리에게
필요 없는 잡념과 불필요한 걱정들을 떼어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신발 가게에서 일 할 때, 특이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민족이 그런건 아니겠지만, 주 고객이었던
흑인들과 남미 사람들은 신발을 전혀 세탁해서 신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신발을 한 번 사면, 다음 신발을 살 때까지 그대로
신고 있다가, 신발을 사러 와서는 대신 버려 달라고 한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농담으로, 그 신발 세탁해 신으면 몇 년은
더 신을 수 있겠다고 이야기 한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세탁을
하게 되면 원래 있던 모양도 좀 바뀌고, 늘 편안하게 여기던
부분도 변해서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신발을 잘 닦고, 준비해서 새롭게 신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늘 새것으로 살아갈 수도 있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사역과 모습은 새로운 것이 아닌, 새로워 지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어바인 드림교회 여러분.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장벽을 새로운 것으로 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우리가 잘해 왔던 모습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만 특별하게 주신 은사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장벽을 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장벽을 넘을 때, 하나님이 우리와 늘 동행하심을 함께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