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J. 크로닌이 쓴 <천국의 열쇠> 라는 소설 안에는 아주 특이한 장면이 나옵니다. 프랑스 출신 수녀와 독일 출신 수녀가 중국인 아이들에게 기도를 시키는 장면입니다. 프랑스 출신 수녀는 아이들에게 프랑스가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독일 출신 수녀는 독일이 이기게 해달라고 아이들과 기도합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프랜시스 치셈 신부는 모두를 불러서 평화를 위해서 함께 기도하자고 합니다.
지금 St. Louis에서는 연합감리교단의 특별 총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3일(토)부터 26(화)까지 이어지는 이번 총회에서 우리 교단은 ‘인간의 성’에 대한 문제를 놓고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성공회, 루터란, PCUSA처럼 서로의 신학적 입장에 맞추어 갈라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총회는 모두 인터넷으로 생방송되고 있는 데, 어제 첫번째 모임을 시청했습니다. 첫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놓고 계속해서 기도하고 찬양하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연합감리교회와 선교지 그리고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함께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연회장 안에는 각 지역의 연회 별 총대들이 모여서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함께 기도했습니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기를 들고 기도했습니다.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며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들과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미 자신이 어떻게 투표할지를 결정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양쪽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이 순간, 첫날의 기도시간은 각각의 이익이나 결정을 위한 기도가 아닌,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며 성장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세계의 교회들과 교인들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이제 다음주 화요일이면 어떻게든 결정이 납니다. 이 결정을 통해서 우리는 또 다른 혼란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한인 교회들은 ‘한인교회 협의회’를 조직하고, 한인교회들의 입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혼란 속에서 교우들이 교회를 떠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하나님께 지혜와 인도하심을 간구할 때입니다. 교회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성경의 권위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믿음을 우리의 삶의 중심에 놓고 사는 신앙인들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시기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들을 선물해주고 계십니다. 이제는 새로운 전도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닌 믿음의 사람들의 모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나의 승리 너의 패배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공동의 정의를 세워 나가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사는 미국 땅, 이민자의 삶 속에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함께 체험하고, 간증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저는 각 지역에서 온 총대들이 기도하며 올바른 결정에 이르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 연회에서는 온라인으로 주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후까지 24시간 기도회를 갖습니다. 저는 월요일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인도합니다. 기도하며 주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릴 때, 환영할 만한 결정도, 실망스러운 결정도 새로운 결정으로 새롭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성도님들도 특별총회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